지난 9일 한국 작가 최초로 작가 한강이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로 올해의 프랑스 메디치 외국 문학상에 선정됐다. 메디치상은 1958년 제정되었으며 공쿠르상, 르노도상, 페미나상과 함께 프랑스의 4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상이다. 1970년대부터 번역 문학을 대상으로 하는 메디치 외국 문학상이 추가로 만들어졌으며 이는 실험적인 작품에 주어지는 젊은 상이다.

한강, 그는 누구인가

  1970년 광주광역시에서 출생한 한강은 대한민국 작가로, ‘문학과 사회’ 겨울호에 <서울의 겨울>등 시 4편을 실으며 1993년 시인으로, 이듬해인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붉은 닻>이 당선되며 소설가로 등단하였다. 그는 출판업계에 종사하다가 2007년 서울예술대학 문예 창작과 교수가 되어 후진 양성 활동도 한 바 있다. 또 다른 흥행작인 2007년에 출판한 연작 소설집 ‘채식주의자’는 한국인 최초로 2016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하여 베스트셀러가 되었었다. 맨부커상은 1969 년 영국 유통 업체 부커가 제정한 문학상으로 영국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문학상이다.

  여섯 번째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도 2014년 출간된 이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여러 초점 인물을 통해 1980년 5월과 그 이후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쓴 장편소설로 이탈리아의 문학 상인 말라파르테상 수상작이다.

작별하지 않는다

  이 소설은 두 명의 인물을 중심으로 전개 된다. 책 속의 화자인 ‘경하’는 광주민주화 운동에 관한 소설을 쓰는 작가이다. 소설을 집필하려 정보를 찾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악몽에 시달리기도 하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인물이다. ‘인선’은 그의 친구로 사진작가이자 다큐멘터리 연출가이다. 책의 내용은 이전에 경하가 잡지사 근무를 했던 시절부터 동갑내기 친구로 지내며 우정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후 경하가 자신이 겪고 있는 일을 인선에게 말하자 인선은 그것을 프로젝트로 하는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줄 것을 약속한다. 경하와 인선은 각자 바쁜 삶에 치여 자주 연락하지 못하고 지내다가 인선이 서울에 입원을 하게 되었으니 비어 있는 제주 집에 가달라는 부탁을 받고 경하가 제주도 집으로 향하게 되면서 내용이 전개된다. 제주로 간 경하는 인선의 집에서 인선이 준비하고 있던 제주 4.3사건 관련 자료들을 발견하고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그 비극적인 민낯을 마주하게 된다.

한강은 말한다

  온라인 간담회에서 한강은 ‘작별하지 않는다’에 대해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이라고 표현했다. 한강은 “처음엔 경하가 주인공인 것 같다가, 이후엔 인선, 나중엔 정심이 진짜 주인공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정심의 이야기를 쓸 때 그 사람의 삶, 투쟁, 용기를 많이 생각했다”라며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이라고 할 때 가장 염두에 둔 인물은 정심”이라고 조곤조곤 설명했다. 작품 속에선 처음부터 끝까지 눈이 내린다. 한강은 “지구는 물의 행성이라 계속 순환하지 않나. 바다, 구름, 비와 눈이 다 순환하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눈은 침묵과 소리, 삶과 죽음, 환상과 현실 사이에 계속 내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며 “눈은 다른 차원으로 들어가게 해주는 힘이 있다고 생각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눈이 내리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과거 집필했던 ‘소년이 온다’를 언급하며 “역사적 사건을 쓰겠다고 결심했다기보다 저의 내면을 계속 들여다보니까 인간 본성에 대한 질문이 항상 남아 있었고, 그 질문을 더듬어 가는 과정에서 쓰게 된 책”이라며 “앞으로 역사적 학살에 대한 얘기를 더 쓸 것 같진 않다. 다 쓴 것 같다”고 말했다.

  한강은 “제목이 ‘작별하지 않는다’인데, 제가 닿고 싶은 마음이 끝없는 사랑, 작별 하지 않는 마음이었다”라며 “그 마음을 독자들이 느껴주시면 가장 좋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희생된 수만 명의 죄 없는 민간인들을, 마음에 생채기가 나는 한이 있어도 잊지 않겠다는 작가의 다짐이 아닐까. 모두가 역사를 기억해 줄 때 비로소 우리는 새 역사를 쓸 수 있을 것이다.

권수민 기자 s00m1n@ka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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