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보잉787-9                                                                                                                                    출처: 대한항공 홈페이지
대한항공 보잉787-9                                                                                                                                    출처: 대한항공 홈페이지

 

EU의 승인으로 14개국 중 13개국 승인… 미국만 남아

 지난 2월 13일, EU 집행위원회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두 항공사에 대한 합병을 조건부로 승인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합병을 위해 아시아나항공의 화물 사업 매각,  유럽 4개 여객 노선 이전 그리고 슬롯(공항 이착륙 횟수) 일부 반납이라는 EU의 총 세 가지 조건 이행이 필요하다. 양사 합병은 지난 2020년 말부터 항공업계 재편과 산업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추진됐으며 지난달 일본,  이번  EU까지 그 동안 13개국의 심사를 마쳤다. 국내 양대 항공사가 합쳐지며 세계 10위 규모의 초대형 항공사로 발돋움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 승인이 필요한 국가는 미국 한 곳만 남았다. 미국은 이미 다른 항공사도 취항하고 있기에  EU보다 심사가 순조로울 것이라는 전망이 있지만, 여러 조건을 내세우며 발목을 붙잡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2013년 8월, 아메리칸 항공의 모기업인 AMR과 US 에어웨이즈가 합병한다고 했을 때 미국 법무부가 반독점 위반으로 소송을 통해 방해한 적이 있다.

LCC 업계 호재

 LCC가 ‘빅2’ 항공사의 노선과 슬롯 그리고 화물사업을 가져올 경우 성장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티웨이항공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유럽 4개 노선을 받는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작년 10월 말부터 3개월 새 주가가 51.63% 올랐다. 정홍근 티웨이항공 대표는 2022년 기자간담회에서 “운수권 재배분이 진행될 경우 가장 주목하고 있는 곳은 파리, 로마, 런던, 이스탄불, 바르셀로나 등 유럽 노선이다”라며 “이 노선들의 경우 통합에 따른 재배분이 없었다면 50년을 기다려도 얻을 수 없는 운수권이다”라고 높게 평가한 바 있다. 제주항공 또한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부 인수를 추진하면서 같은 기간 20% 상승했다. 대한 항공 계열사인 진에어는 아시아나항공 계열인 에어부산, 에어서울과 통합할 경우 덩치가 커질 것이란 기대에 주가가 23.43% 뛰었다. 만약 미국이 운수권이나 슬롯을 타 항공사에 배분할 것을 요구한다면 에어프레미아가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에어프레미아는 이미 미국 여러 노선에 취항해 경험이 충분하며, 지난해엔 LA와 뉴욕 노선에서 22만 9,300여 명을 수송하며 11.6%의 점유율을 차지한 바 있다.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이 최종 승인될 경우 세계 10위권 규모의 초대형 항공사가 등장하게 된다. 2개의 대형 항공사(FSC)뿐만 아니라 진에어, 에어부산 그리고 에어서울 총 3개의 LCC가 각각 합쳐지는 만큼 시너지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규모의 경제 덕분에 점유율 다툼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합병 이후 스케줄 경쟁력 강화, 환승 수요 확대, 정비·조업·시설 운영비용 절감, 여객·화물 수익 증대 등의 효과가 예상된다. 특히 신용등급 상승을 통해 구매 항공기 비중을 높이고 이자 비용을 줄이는 등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2020년 당시 양사 합병에 따라 연간 3,000억 원 규모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예상한 바 있다.

합병 이후 해결해야 할 과제

 합병이 순조롭게 이뤄지면 세계 10위권 규모의 초대형 항공사가 탄생하게 되지만, 핵심 사업을 떼주게 되어서 되레 경쟁력 손실이란 지적과 함께 운임 상승, 고용 불안 등의 우려도 있다. 특히 합병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구조조정에 대한 목소리가 크다. 이에 대해 지난 16일 원유석 아시아나항공 대표가 직접 주관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타운홀 미팅을 열었다. 합병에 따른 고용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타운홀 미팅에서 직원들 이 원 대표에게 쏟아낸 질문 대부분 분리 매각과 관련됐지만, ‘원론적인 답변뿐’이라는 불만을 낳았다. ‘합병 시 고용을 보장하느냐’는 한 직원의 질문에 “직원의 처우는 인수기업에서 결정할 사항이어서 지금은 알 수 없다”라고 답하는 식이다. 분리 매각 대상인 화물사업본부에 대해서는 “고용 유지 관련 투자합의서나 신주인수계약, 시정조치 합의서 등 보호 장치가 있기 때문에 직원들이 최대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또한 아시아나항공 협력업체는 총 열두 곳으로 전체 인원이 2,300명이 넘는데 대한항공 협력업체와 상당수 업무가 중복될 수밖에 없어 정리해고 대상 인원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고동근 기자 rhehdrms2003@ka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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