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을 관광 중인 여행객 (출처:pixabay)
▲ 일본을 관광 중인 여행객 (출처:pixabay)

 최근 엔화의 가치가 하락하는 ‘엔저 현상’이 장기화됨에 따라 일본에서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이중 가격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엔화의 환율을 따질 필요가 없는 일본인들의 입장에서는 환율이 떨어짐으로써 일본에 방문하는 관광객들의 입장과는 정반대로 오히려 본인들이 바가지요금을 감당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의견이다. ‘이중 가격제’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일본인들과는 차별적인 가격을 부여하는 제도이다. 즉, 같은 음식을 먹어도 일본인은 1천 엔에 외국인 관광객들은 2천 엔을 내고 먹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제도는 주로 자국민의 구매력이 비교적 낮은 편이거나 또는 빈부격차가 큰 나라에서 이를 줄이기 위해 시행됐다. 중국은 한때 내외국인을 대상으로 이중 가격제를 운영하였으나 1997년도 세계무역기구의 가입 이전 제도를 철폐했다.

 

 ‘이중 가격제‘가 언급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부자 나라라고도 불리는 일본은 이전까지만 해도 관광객들에게 물가가 매우 높은 편에 속했다. 일본의 환율은 100엔당 1,000원 이상이었던 2022년도 초반과 비교했을 때, 800원 후반대까지도 하락하였다, 이러한 엔저 현상이 지속되며 일본 엔화의 구매력을 측정하는 데 쓰이는 대표적인 지표 중 하나인 ‘실질실효환율’이 1970년대 초반 수준까지 떨어졌다. 반대로 소비자물가는 최근 약40년 만에 최고 수준의 상승률을 기록했으며, 작년을 기준으로 실질임금이 약 2.5% 감소했다. 이로 인해 여행을 가는 관광객 수는 급증하는 반면, 일본의 소비자 입장에서는 물가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취하고 있다.

 태국, 인도네시아와 같은 일부 동남아 국가에서는 이미 국립공원, 사원 등 각국의 유명 관광명소의 입장료를 외국인에게는 더 비싸게 받고 있다. 싱가포르 또한 테마파크나 레스토랑, 마켓 등에서 자국민 거주자에게 할인 혜택을 부여하는 방법으로 이중 가격제를 운영 중이다. 자국민들에게 혜택을 주는 제도에 한계가 있다면 최소한 외국인에게 적용되는 할인 혜택을 줄이자는 목소리 또한 언급되고 있다.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예시는 철도 패스이다. 일본의 철도 회사 중 가장 큰 규모를 가진 JR그룹은 외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철도를 무제한 탈 수 있는 패스권을 매우 저렴하게 판매했다. 일본 국민들은 이는 오히려 자국민에 대해 역차별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하였고, JR그룹은 지난해 10월 가격을 최대 77%까지 인상하기로 결정 내렸다.

 

  인바운드 확대, 그 이면에는 오버투어리즘이 있다.

 ‘이중 가격제’ 도입에 대한 배경으로는 ‘오버투어리즘’에 대한 해석 또한 존재한다. 일본 경제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존재인 인바운드 비즈니스지만, 코로나 시기 이후 외국인 관광객이 급격하게 증가하며 오버투어리즘이 발생했으며, 이와 더불어 엔저 현상까지 발생하며 오버투어리즘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관광공해라고도 불리는 오버투어리즘이란 관광객이 해당 관광지의 수용 가능 범위를 넘겨 해당 장소가 매우 혼잡해지고, 교통체증이나  쓰레기 문제 등의 부작용이 야기되는 것을 말한다. 오버투어리즘이 과도해진다면 이는 해당 주민들의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로 인해 일본 정부에서는 지난해 10월 오버투어리즘에 대한 대책을 발표했다. 교통수단을 확충하거나, 지방에 관광객 유치를 촉진하는 등 여러 방면에서의 대책을 내세웠다. 결론적으로는 이중 가격제를 도입하여 관광에 드는 비용을 높여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해 볼 수 있다.

 

 현실적으로 바라볼 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이중 가격제는 자국민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당장 이중 가격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관광객만을 대상으로 가격을 인상한다면 내국민의 물가 부담은 낮출 수 있더라도 일본의 주요 산업인 관광 산업이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며, 현지의 식당과 같은 곳에서 외국인 관광객만을 대상으로 가격을 비싸게 받기 위해서는 매번 자국민인지 파악하기 위해 신분증 검사를 해야 한다.

 

 

이중 가격제가 경제적인 격차 해소를 위한 긍정적 제도일지, 또는 외국인들을 차별하는 부당한 정책이 될지는 이중 가격제라는 제도를 더욱 실현가능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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