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病)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주로 몸이 아프거나 감기에
걸렸다거나 수술을 해야 한다거나 주로 외적이고 신체적인 것
을 많이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병(病)은 더 이상
신체적인 부분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정신적인 부
분에서 많이 나타난다. 과학기술과 의학기술의 발전으로 인간
의 외적, 양적인 삶이 많이 풍요로워지고 많은 병들을 고칠 수
있게 됐지만 반대로 끝없이 치열한 경쟁사회와 과도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 등 인간의 내적, 질적인 삶은 피폐해져가고 있
다. 그로 인해 이전 사회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던 많은 정신적
질환이 생겨나고 있다.
 
 분노조절장애의 정확한 명칭은 ‘간헐적 폭발성 장애’로 병
적 도벽, 병적 방화, 폭식장애와 함께 충돌조절장애라는 큰
범주에 속하는 정신질환중 하나이다. 자기 자신이 앞으로 일
어날 분노라는 감정을 예상하지 못하고 있다가, 어떤 상황이
나 사건이 일어나게 되면 분노를 쏟아내고 시간이 조금 지나
면 다시 분노가 가라앉는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해 9월 운전
중 시비가 붙어 상대 운전자를 차로 들이받은 보복운전사건
이 있었다. 가해자는 살인미수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
년을 선고받았다. 이 뿐만 아니라 뒤차가 경적을 울렸다는 이
유로 차를 급정거하여 폭행이 일어나는 일, 급차선 변경으로
운전자들끼리의 싸움은 비일비재하다. 도로위에서 뿐만 아니
라 광주에서는 39살 분노조절 장애가 있는 김 모씨가 실직으
로 생긴 분풀이로 인해 아파트 8층 옥상에서 던진 돌에 맞아
주차 차량이 파손이 되기도 하였다. 이처럼 분노조절장애로
인한 일들이 더 이상 무시하고 지나칠 수만은 없는 상황에 이
르렀다.
 
 정신과의사들은 더 이상 분노조절장애를 지나칠 것이 아니
라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대학정신건
강학회의 조사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성인 남녀 50%가 분노
조절장애를 겪고 있으며 10명중 1명은 치료가 절실하다는 것
이 주요 내용이다. 그렇다면 치료방법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
을까? 첫 번째로 상담, 인지행동치료 등을 통해 환자가 분노를
행동으로 표현하기 전에 감정이나 생각을 스스로 인식하고
말로 표현할 수 있게 돕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운동을 통해
뇌에 긍정적인 호르몬을 분비시켜 분노조절장애를 억제하는
데 효과적인 역할을 하며 취미활동이나 규칙적인 생활로 감
정상태를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것도 좋다. 세 번째로는 기분
조절제, 항우울제의 약물 처방을 통해 효과를 볼 수 있다. 하
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이 분노의 감정을
잘 조절하기 위해서 스트레스를 받는 원인에 대해서 잘 알 필
요가 있다. 이헌정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는 “우리사회에서 충동성과 분노폭발 문제는 이제 더 이상 미
룰 수 없는 상황으로 협조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며 “우리 사회에서 생활리듬을 잘 잡을 수 있는 환경이 되어
야 하는데, 이는 의사의 역할이라기보다는 사회적 합의를 통
해 제도적으로 바뀌어야 하는 것으로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항공대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