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암묵적으로 축적되어 왔던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이 ‘2020년 의사 파업 사태’로 정점을 찍었다. 대규모 의사 파업은 2000년과 2014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이지만, 코로나 사태 속에서 진행된 이번 파업은 파장이 컸다. 우선은 더불어민주당과 대한의사협회(의협)가 4일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 의대 신설 논의를 중단하고 원점에서 재논의하기로 합의, ‘파업 종료’와 ‘원점 재검토’가 담긴 합의서로 일단락되긴 했지만, 코로나 시국 속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대안으로 잠시 쉬어갈 뿐이다.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

무엇이 이들을 파업으로 이끌었나… 논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지난 7월 23일 여당과 정부는 2022학년도부터 10년간 의과대학 정원을 총 4천 명 더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갈등의 불씨가 시작되었다. 정부는 그동안 의료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이 되어온, 지역 의료인력 부족이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며,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위 정책을 시행하였다고 설명하였다. 기존 정원을 활용한 공공 의대설립을 더불어, 내년부터 의대 입학정원을 늘려 10년간 4천명의 의사를 양성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가운데 3천 명은 지역 의사 특별전형을 통해 선발해 10년간 특정 지역에서 의무복무하는 지역 의사로 육성할 방침이다. 또한, 나머지 1천 명 중 500명은 역학조사관·중증외상·소아외과등 특수 분야 인력으로, 다른 500명은 기초과학 및 제약·바이오 분야 연구인력으로 충원할 예정이다. 하지만, 위 정책에 대해 의사협회는 의료비 상승과 인구 감소, 의학 교육의중요성을 고려하지 않은 졸속 계획이라고 비판하며 파업의 길로 접어들기 시작하였다.

▲ 지난 23일 파업에 돌입하며 의사 가운을 벗는 전공의들 출처 : 연합뉴스

의사만 늘리면 되나… 저수가체계를 개선해야

 결국 위 문제의 핵심은, 지방에서 생명과 직결된 중증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내과, 외과, 흉부외과 등 속칭 바이털과의 전문의와 의료체계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위의과 들은, 낮밤 없는 노동, 환자의 죽음과 밀접한 스트레스 앞에서도 보상은 적고 일은 척박하기 때문에 의대생들로부터 외면을 받는다. 또한, 환자의 수가 많아, 관련 체계가 잘 잡혀 있는 수도권 병원에서조차 해당 과들은 운영할수록 손해가 큰 실정이라, 환자 수가 적은 지방병원은 더더욱 관련 체계가 부실하다. 결국 기피과로서 안 그래도 배출되는 전문의 수가 적은데, 이 적은 수의 전문의들이 더욱더 좋은 수련 환경에서 교육을 받고자, 관련 체계가 잘 잡혀있는 수도권 병원으로 쏠리게 되고, 이에 지방에서는 관련 전문의가 더더욱 부족하게 되는 이러한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핵심은 저수가 체계로 기피과 문제가 발생했고 쏠림현상이 지속되고 있는데, 의사 수를 늘리면 해결될 것이라는 여당과 정부의 발표가 있었던 것이다.

여전히 남아있는 갈등의 불씨… 의대생 국가고시 재응시 허용?

 하지만, 의사들과 전공의 파업 종료 후에도 의사 국가고시 응시 거부 운동을 계속해왔던 의과 대학 본과 4학년들이 13일 공동 성명서를 내고 단체행동을 잠정 유보한다고 밝힘에 따라, 이들에게 국가고시 재응시 기회를 부여할지에 대하여 논란이 따르고 있다. 정부는 “2021학년도 의사국시 재신청을 다시 연장하거나 추가 접수는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정부로서는 국가 주관 시험에서 수험생들이 응시를 철회한 후 접수 기간이 지나 재응시를 허용한 전례가 없는데, 의사 국시만 허용할 경우 공정성, 형평성 시비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한의사협회는 국시 거부 의대생들에 대한 구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나섰다. 특히 의대생들이 피해를 입게 될 경우 합의 파기는 물론 집단 휴진 등 진료 거부에 다시 나설 것임을 시사, 의대생들의 국가고시 재응시 허용 여부가 우선 일단락된 의사 파업에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코로나-19사태 속에서 의사 파업은 여러 가지 논란을 낳으면서 우선은 일단락되는 분위기이다. 하지만, 이는 잠시휴전일 뿐이지, 관련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공공성이 짙게 띠는 의료체계 특성상,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소위 기피과들과 지방 의사 확충이 절실하다는 정책의 큰 틀은 유지가 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 이면 기저에 깔려있는, 위 문제점의 본질은 저수가로 시작된 동기적 유인책 부족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이러한 본질적 문제를해결하면서 나아가야, 진정으로 건강한 의료체계가 잡힌 대한민국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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