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인권 문제를 두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 벌어진 충돌이 글로벌 패션 시장에 거센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중국의 맹목적인 ‘애국주의’가 이번엔 글로벌 패션 브랜드인 ‘H&M’과 ‘나이키’ 등에 좌표를 찍은 것이다. 지난 22일 미국과 유럽연합(EU), 영국, 캐나다 등 30개국이 위구르족 인권 탄압을 이유로 대중 제재에 돌입했다. 더불어 이들 기업이 과거 중국 서부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강제 노동에 우려를 표하며 신장에서 생산한 면화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하였는데, 이를 트집 잡아 불매 운동에 돌입한 것이다. 더구나 이를 진정시켜야 할 관영 언론은 불매 운동을 부추기고 있고, 중국 정부 관계자는 H&M에 대한 불매 운동의 정당성을 주장하면서 외국 기업들이 서방 국가들이 대중 제재에 동참해선 안된다고 경고하는 등 관련 사태를 키우고 있다.

논란의 신장 면화… 강제노동의 산물?

 미국에서 신장의 강제노동이 이슈화된 건 2018년이다. 신장 남부 호탄의 의류 업체와 미 노스캐롤라이나주 스테이츠빌의 한 스포츠 브랜드 제품 출처를 조사했더니 상당수가 강제노동으로 만들어졌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후 미 노동감시 단체인 공정노동협회는 ‘신장 강제노동 위험’ 보고서를 발표했고, 이에 미 국토안보부는 작년 12월 신장 지역의 면화와 면제품 수입을 금지했다. 이러한 제재의 흐름은 인권을 최우선 가치로 두며 동맹·우방국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중국에 대응하려는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더 본격화되기 시작하였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3월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위구르족 등 소수민족 인권 탄압과 관련한 인물들에 제재를 부과하였고, EU와 캐나다, 영국도 이에 발맞추어 중국에 대한 제재를 인권 탄압 혐의로 부과하였다. 그러자 중국은 즉시 EU 고위 관리와 기관에 제재를 가하며 보복 제재 조치를 취했다.

좌표 찍힌 H&M… 확산 되는 중국 내 불매운동

▲ 한산한 중국 베이징의 H&M 매장 출처 : 조선일보

 스웨덴 업체인 H&M은 지난해 9월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에서 “신장의 강제노동과 소수민족 차별 관련 보도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면서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면화를 구매하는 것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성명 후 반년 넘도록 중국 내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다가 지난 22일 유럽연합(EU)과 미국, 영국, 캐나다 등이 신장의 위구르족 인권 탄압을 이유로 중국 인사들에 대한 제재를 발표하자 중국 소비자들의 뒤늦게 H&M에 분노를 표출하였다. 이러한 중국의 극단적인 ‘애국주의’가 다시 발현되자 25일 중국의 거의 모든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H&M 관련 상품이 일제히 사라졌다. 심지어 지도 앱에서도 ‘H&M’을 검색하면 위치 정보가 나오지 않는 실정이며, 이 회사의 모델이었던 중국 스타들도 서둘러 H&M과의 관계를 끊었다. 또한, H&M에 이어 과거에 비슷한 성명을 낸 나이키도 주요 불매 대상으로 떠올랐다. 일부 중국 누리꾼은 나이키 신발을 불에 태우는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리며 분노를 표출했다.

중국 언론도 정부도 모두 한 움직임?

 중국 관영 언론들도 나서서 이 같은 불매 운동이 확산하도록 기름을 끼얹고 있다. 환구시보는 버버리와 아디다스, 나이키, 뉴밸런스 등 적지 않은 기업이 최근 2년간 신장 면화와의 관계 단절을 선언했다고 지적했다. 중국중앙방송(CCTV)도 중국 소비자들이 불매 운동으로 중국을 모독한 기업들을 혼내줄 것이라면서 “중국 면화는 부드럽지만, 중국인은 강하다”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는 더구나 이 같은 움직임을 공식적으로 이를 두둔하는 발언을 했다. 가오펑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개별 기업이 거짓 정보를 바탕으로 (신장 면화 사용을 중단하는) 상업적 결정을 내린 것에 중국 소비자들이 이미 실제 행동으로 대응하고 있다”라며 “어떤 세력이라도 순백의 신장 면화를 모욕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표면적으로는 신장 지역의 면화 생산에 강제노동이라는 인권 탄압이 있었는지, 없었는지에 관한 논란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중국과 미국을 필두로 하는 서구권 세력들 간의 힘겨루기가 존재한다. 즉, 하나의 중국으로서 세계의 주도권을 가져오려는 중국과, 이에 대응하여 기존의 주도권을 유지하고자 하는 미국과 서방 세력들 간의 힘 싸우기 셈이다. 하지만 그 무엇이 되었든 간에 우선적으로 인권이라는 최우선 가치가 무너진 강제 노동의 현장은 국제사회의 관심이 시급할 것이다.

저작권자 © 항공대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