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를 고르라고 하면 단연 야구가 첫 손에 꼽힌다. 물론 올림픽에서 국가대표 팀 경기의 주목도는 축구가 야구보다 높지만 오로지 KBO(한국 야구 리그)와 K리그(한국 축구 리그)의 인기를 비교했을 때는 야구의 인기가 훨씬 높다. 하지만 야구는 축구보다 규칙이 복잡해 입문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고 경기 시간도 더 길어 지루하다는 의견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한국에서는 축구나 농구보다 야구가 인기가 많을까? 지금부터 12년 동안 매일 야구를 봤던 본 기자의 생각을 적어보겠다.

 

 첫째, 야구는 매 경기 반전이 있다. 미국의 전설적인 포수였던 요기베라는 야구사에 중요한 말을 남겼다. 바로 “야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이다. 바꿔 말하면 ‘야구는 유독 끝까지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의문점은 왜 “축구는 끝날 때가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은 왜 탄생하지 못했을까? 축구도 역전이 가능한 스포츠이지 않은가? 이는 야구만의 특별한 규칙 때문이다. 야구는 1이닝마다 공격과 수비를 주고받으며 양 팀 모두 점수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주고받는다. 즉 축구처럼 공을 탈취해서 공격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수비 이닝이 끝나면 공격 이닝이 자동으로 주어지기 때문에 하위권 팀들에게도 점수를 낼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오는 것이다. 결국 아무리 더 강한 투수들, 타자들이 즐비한 팀이라도 자신들의 수비 이닝에서는 꼼짝없이 상대 팀에게 점수를 내줄 수 있다. 하지만 축구, 배구, 농구와 같은 스포츠들은 1차적으로 수비를 잘해서 상대 팀에게서 공격 기회를 뺏어 와야 자신들에게 공격 기회가 주어진다. 거기에 공격까지 잘해서 상대의 수비를 뚫고 공격을 성공시켜서 득점을 내야하는 데 전력이 더 강한 팀을 상대로는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즉 상대가 자신들보다 강팀이라면 공격 기회를 공평하게 얻지 못할 가능성이 크고 따라서 약팀이 강팀에게 역전을 꿈꾸기는 굉장히 어려울 것이다.

 

 둘째, 야구는 한 팀이 매년 우승하기 어렵다. 최근 2년간 한국 야구는 창단된 지 10년도 안된 막내 구단 NC와 KT가 연달아 우승을 차지했다. 이는 같은 팀 스포츠인 축구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다. 유럽의 축구리그 중 분데스리가(독일 축구 리그)는 바이에른 뮌헨이 10년 가까이 우승을 독점하고 있고 프리메라리가(스페인 축구 리그)는 상위 세 개 팀이 항상 우승을 차지하고 있다. 세리에A(이탈리아 축구 리그) 역시 인터밀란이 작년에 우승을 차지하기 전까지는 유벤투스가 9년 연속 리그 우승을 차지하는 등 우승이 이미 결정된 재미없는 리그라는 비판을 받았다. 한국의 K리그(한국 축구)도 다를 바 없다. 최근 7년 중 6번을 전북 현대 모터스가 우승하며 독주체제를 이어왔다. 반면 한국 야구는 KIA, SK, 두산, NC, KT 총 5개 팀이 최근 5년을 번갈아가며 우승해 왔다.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KIA와 SK 두 팀은 우승을 차지한 후 하위권으로 떨어졌으며 NC와 KT는 우승을 차지하기 불과 몇 해 전까지는 하위권이었다. 그렇다면 한국 야구팀들은 매년 순위 그래프에 변동이 심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야구는 팀 전력을 유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축구의 경우 주전 숫자가 11명이지만 야구는 투수, 타자를 합쳐 최소 주전 20명이 필요하다. 또 축구의 경우 11명이 매일 경기에 나와서 후반전까지 풀타임을 소화하는 것이 가능하다. 물론 부상 방지, 전술, 체력 관리 등 여러 이유로 후보 선수를 교체 투입시키기는 하지만 선수 교체 수가 3명에서 5명으로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대부분이 풀타임을 소화한다. 하지만 야구는 투수들의 경우 한 경기를 혼자 던지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만약 가능하더라도 부상 방지를 위해 4일은 쉬어 줘야하기 때문에 남은 4일은 또 다른 투수들로 메워줘야 한다. 즉 축구처럼 잘하는 에이스 선수가 매 경기를 승리로 이끄는 것이 야구에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또 타자들은 8개의 포지션이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반드시 그 포지션의 선수로 교체 시켜야하는 불편함이 있다. 그래서 만약 부상, 부진 등으로 주전이 빠졌을 때 공백을 메우기 까다로워 팀 성적이 떨어질 수 있다.

 

 위와 같이 야구가 인기가 많은 이유 두 가지를 분석해 보았다. 사실 야구팬들 중 단 한 명도 이 두 가지 이유를 알고 야구팬이 된 사람은 없을 것이다. 누군가는 끝내기 홈런 같은 짜릿한 장면을 보고 야구에 빠졌을 수 있고 누군가는 보다보니 재밌어져서 팬이 되었을 것이다. 사실 무언가에 입덕(무언가에 빠진다는 의미를 담은 은어)하는 과정은 누구도 정확히 설명할 수 없다. 사실 이 기사는 야구팬으로서 야구와 관련된 칼럼을 쓰고 싶었던 12년차 팬의 자기만족이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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