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식과 무지, 이 단어들은 같은 의미를 뜻하는 것 같으나 사실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무식(無識)의 식(識)자는 말씀 언(言)자와 소리 음(音)자가 합쳐진 형태로 어떤 것에 대해 듣고 알게 된다는 의미로 배우지 못해서 모르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무지(無知)의 지(知)자는 입 구(口)자와 화살 시(矢)자가 결합된 형태로 대상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화살이 활에서 나가듯이 말이 나오는 것을 뜻한다. 즉, 무지는 이미 대상에 대해 인지하고 있지만 대상에 관하여 어리석게 행동하는 것 등을 의미한다.

무식과 무지는 종이 한 장의 차이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무식은 죄가 되지 않을 수 있으나 무지는 분명한 죄이다. 무식은 어떤 것에 대해 배울 기회가 없었다는 측면에서 보면 개인적인 차원뿐만 아니라 더 큰 차원에서의 책임으로 불거질 수 있다. 하지만 무지는 이미 대상에 대해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그것에 대하여 경각심을 갖지 않고 생각 없이 행동하거나 내뱉는다는 측면에서 잘못되었다고 할 수 있다.

올해 유난히 공인들의 역사논란이 불거졌던 것 같다. 그들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사람들 중 일부로서 올바르지 못한 역사인식으로 인하여 많은 질타와 비난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말한다. 그들의 행동은 실수에서 비롯된 행동이라고 말이다. 우리 모두다 그들을 비판할 자격은 없다고. 우리도 역사에 관한한 무식할 수 있다고.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들이 한 행동은 무지한 행동이었다. 역사에 관해 무식하다고 해서 무지한 이들을 비판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역사를 무시하는 발언과 행동을 하였고 이로 인하여 그들은 우리를 아프게 했을 뿐만 아니라 우리의 역사를 아프게 한 국가로부터의 조롱도 같이 가져다 주었다.

공인이 아니더라도 사람들 개개인이 뱉는 말에는 모두 그만한 무게와 책임감이 존재한다. 사람들이 말을 하는 찰나의 순간에도 우리는 타인의 무식과 무지를 알아채기도 한다. 그 찰나의 무지함은 잠깐의 순간이었을지라도 사과와 시간으로 가려질 수 없다. 누군가는 분명히 회자하며 그에 대해 논할 것이다.

우리 또한 무지와 무식의 경계에 서있다. 역사 뿐만 아니라 모든 상황에서 말이다. 우리 또한 그 찰나에 내뱉은 말 속의 무지함으로 인하여 자신의 모든 것을 평가받고 비난받을 수 있다. 그 속에서 분명한 것은 우리가 무지한 사람들이 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무지함에 대한 관대함을 지양하고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무지함에 대한 두둔과 반복은 사람들이 기본을 저버리는 재앙의 시작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무지함, 이것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 중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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