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저비용항공사(LCC)가 등장한 지 11년이 흘렀다. LCC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불안심리를 갖고 있다. 항공기 이용객 절반 이상이 저비용 항공기가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같은 국적기보다 왠지 위험할 것 같다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LCC에 대한 수많은 오해가 있지만 객관적인 자료를 살펴보면 이는 사실과 다르다.

저비용항공사는 안전비용투자에 소홀하다?

항공안전에 관해서는 대형항공사와 구분 없이 LCC도 우리나라의 각종 법에 따르고 있다. 이 같은 법률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서 제정한 항공안전 평가제도인 USOAP(Universal Safety Oversight Audit Program)를 기반으로 한다. ICAO에서는 각국의 항공안전 당국을 상대로 정기검사를 실시하기 때문에 전 세계 모든 항공사가 공통된 항공안전 규제를 따르고 있다. 이외에도 항공사의 안전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글로벌 스탠다드 지표로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운영하는 IOSA(IATA Operational Safety Audit) 인증이 대표적이다.

국내 LCC

국적사 중에서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진에어 등 4개 항공사가 IOSA 인증을 취득했다. IOSA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정비, 객실, 운항, 운송지원, 운항통제, 안전조직, 보안, 화물 등 총 8개 부문에서 1000여 개의 항목에 대해 감사를 받는다. 이를 모두 통과해야하며 2년마다 개정된 내용으로 업데이트를 해야 인증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단순히 LCC는 운임이 싸기 때문에 안전에 투자를 안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편견에 불과한 것이다. 제주항공은 자사 정비본부에서 정비를 수행한다. 진에어와 에어부산은 모회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게 외주 정비를 맡기고 있다. 이스타항공과 티웨이항공 측은 출발과 도착 시 행하는 라인정비는 자체적으로 하고 정기점검의 경우 해외 전문 업체에 맡긴다.

국토교통부도 LCC의 안전관리에 힘쓰고 있다. 국토부는 LCC 업계가 외형적 성장에 비교해 안전 관련 조직·기능 확충, 전문 인력과 장비·시설 확보 등 안전운항을 위한 내적 성장이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특별안전점검을 시행하고 '저비용항공사 안전강화 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또한, LCC의 운항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만큼 전문 인력 및 장비, 시설 확보를 위해 정부에서 적정 보유기준을 제시하는 등 지속적인 안전투자를 유도하고 운항 전·후 정비를 항공사가 자체적으로 수행하도록 정비조직과 기능을 확대·개편하도록 하고 있으며 조종사 기량 및 자질 부문에서도 대대적인 보완에 나서고 있다. 안전평가 및 감독도 대폭 강화해 항공사의 안전투자 노력과 안전관리 성과 등 LCC 안전도 평가를 내실 있게 시행해 그 결과를 일반에 공개하고, 불시 감독을 확대 시행해 위법사항 적발 때에는 예외 없이 엄중처벌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우리나라는 ICAO가 실시하는 국가별 항공안전평가에서 국제기준 이행률 98.89%로 항공안전 세계 1위 국가로 인정받고 있다. 항공안전평가는 1991년부터 회원국을 대상으로 운항과 종사자 자격관리, 사고조사 등 안전관련 전 분야에 대한 종합평가로 각 국가에서 다른 국가의 항공안전 수준을 측정하는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이 같은 평가는 기존 대형항공사뿐만 아니라 국내 LCC를 모두 포함한 수치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비행기가 노후하다?

국토교통부가 관리하는 항공안전관리시스템에 따르면 화물기를 포함한 우리나라 운송용 항공기의 평균 기령은 10.3년이다. 국내 LCC의 기령은 평균 12.9년으로 대한항공 평균 기령 9.55년, 아시아나항공 9.49년과 비교해 다소 높게 조사됐다. 이를 두고 LCC의 기령이 노후해 '불안하다'는 등의 안전문제가 제기된다. 하지만 항공기 기령과 관련한 대형항공사와 LCC간 구도 속에서 가려진 ‘평균의 함정’을 잘 살펴봐야 한다. 대한항공은 가장 높은 평균기령 18년인 B747-400 15대를 운용중이다. B777-300(4대)은 15.57년, A330-300(15대)은 14.47년으로 우리나라 국적 항공사들의 평균 기령을 훌쩍 넘어선 수치를 보인다. 아시아나항공도 국제선과 국내선에 투입되는 B767-300(7대)은 17.89년, B747-400(4대)도 17.83년의 높은 평균 기령을 나타내고 있다.  평균으로 따지면 대형항공사의 평균 기령이 LCC에 비해 다소 낮아 보이지만, 평균을 뛰어넘는 오래된 항공기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아울러 항공기의 기령과 안전성은 큰 상관이 없으며 사용연한 또한 정해져 있지 않다. 항공기에 사용되는 모든 부품을 주기적으로 정비, 사용한계가 있는 부품을 교환하거나 상태가 나빠지는 부분은 수리해 항공기 원래의 상태로 복원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오래된 항공기라 할지라도 정비가 잘된 항공기는 안전성에 문제가 없어 계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지연이 잦다?

지연, 결항의 사태는 유독 LCC만의 문제로 제기된다. 실제 발생빈도로 따져봤을 때는 반드시 LCC라 해서 지연이 자주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2014년 상반기에는 지연이 아시아나항공 42건, 대한항공 24건 순으로 최다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 8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올 상반기 국내취항 항공사 안전정보에서 정비로 인해 발생한 국제선 정기여객 운항의 지연·결항률이 공개됐다. 총 32개국, 74개 항공사 중에서 대한항공 등 국적항공사 7곳을 두고 봤을 때 이스타항공의 지연율이 가장 높은 1.1%를 기록했다. 이어 티웨이항공(0.29%), 아시아나항공(0.26%), 진에어(0.23%), 제주항공(0.22%), 대한항공(0.11%), 에어부산(0.1%) 순이었다. 항공기 지연의 원인은 정비문제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기술적 정비로 인한 지연은 확률적으로 매우 낮다. 항공기 지연, 결항 문제는 기상악화 등 내외부적인 문제로 100여 가지가 넘는다. 이를 놓고 대형항공사와 LCC를 나눠 많다 적다를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또한 국토교통부는 LCC 승객관리를 개선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상황에 대한 안내가 효과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것과 30분 이상 항공기가 지연되거나 결항이 확정되면 항공사 측에서 원인 및 소요시간을 포함한 1차 문자를 승객들에게 지체 없이 발송토록 했다.

항공기지연 문자알림 예시

생각처럼 싸지 않다?

수송단가로 비교해 봐도 LCC가 저렴하다. 올 상반기 공시된 사업보고서에 나타난 실적을 기초로 국내선에서 1명의 승객을 1㎞ 수송하는데 받는 운임을 비교해보니 대한항공은 209원, 아시아나항공은 178원, 제주항공은 112원으로 나타났다. 대한항공의 운임을 100%로 봤을 때 아시아나항공은 85%, 제주항공은 53%수준이다. 기본운임을 기준으로 항공권 가격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은 ‘구입시기’때문이다. 남들이 모두 여행가고 싶어 하는 설·추석 연휴, 여름휴가 기간은 당연히 수요가 공급보다 많은 시장원리에 맞춰 탄력적으로 운임이 결정된다. 가격 면에서 소비자들은 ‘LCC 효과’를 누리고 있다. 대형항공사는 매년 평균 11%씩 운임을 인상했으나 LCC 출범 이후인 2005년을 기점으로 동결됐으며, 인상은 2012년 단 한차례만 있었다. 다양한 가격, 서비스, 노선으로 항공여행의 대중화에 기여한 측면도 있다. 원하는 노선과 시간대의 좌석이 싸지 않거나 기존항공사와 운임 차이가 크지 않다고 해서 ‘무늬만 저가항공’이라는 주장은 무리가 있다.

소비자들은 LCC와 FSC의 차이점을 인식하고 편견을 버려야 한다. 소비자 인식전환이야 말로 국적 LCC가 비용절감에 힘써 보다 LCC다운 모습을 갖춰나갈 수 있는 뒷받침이 된다.

장세연 기자 avalon041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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