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헌법 제39조 1항에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라고 나와 있다. 하지만 모든 국민이라는 말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많은 고위공직자의 자녀를 비롯해 몇몇 연예인들의 병역기피는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최근 병역을 면제받은 고위공직자들 가운데 아들을 병역면제로 군대에 보내지 않은 사람이 무려 92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가운데 1명은 아들 3명이 모두 병역 면제자였다. 아들 2명에게 병역면제를 대물림한 고위공직자도 4명이나 됐다. 법 앞에 평등하다는 믿음이 흔들리는 것을 넘어서 산산조각나버리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는 가장 큰 문제는 사람들의 인식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세계유일의 분단국가에서 국방의 의무가 얼마나 중요하며, 대한민국 국민이 지고 가야 할 짐인지를 많은 사람이 간과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말도 입대를 앞둔 사람들에게 하기 부끄러운 사회가 돼 버렸다.

 작년에 한 광고가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KB국민카드가 청춘 맞춤형 할인카드 광고를 냈다. 문제는 광고 문구 중 ‘지루했던 남친 군대로, 나는 어장관리 홍대로’라는 말이 있었다. 많은 논란을 일으켰던 문구가 그 시대의 사회성향과 유행에 따라서 만들어지는 광고에 공공연히 나왔다는 것으로도 군 복무에 대한 인식이 어떠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볼수 있다. 

 또 다른 사례로는 한 유명인 가수의 복귀를 들 수 있을 것같다. 한때 엄청난 인기를 끌며 음원 순위에서도 항상 최고의 성적을 내고 예능에서도 활약하던 가수였다. 그러던 그가 병역기피 문제로 자숙하다가 2년 전 앨범을 냈고 올해는 방송복귀를 할 예정이다. 그에 관한 기사나 얘기가 나올 때마다 많은 대한민국 남성들의 질타가 쏟아지지만 반대로 적지 않은 사람들로부터 ‘너희도 군대 가기 싫어했으면서 왜 욕을 하느냐’ ‘너희들도 군대 빼든가’라는 등의 반응도 많다. 참으로 아쉽다. 싫어하는 것과 불법적으로 기피하는 것이 같은 것일까? 물론 그의 노래를 듣는다고 잘못됐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의 복귀에 대한 반응이 안타까울 뿐이다. 입대를 앞둔 사람들과 현재 군 복무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이런 글들을 보게되면 어떤 심정일까? 큰 회의감에 빠지지 않을까? 

 집안이 좋아 불법적으로 병역의무를 기피하는 사람들로 인해서 강화된 법으로 진짜로 아픈 사람들까지도 군대에 가는 상황이다. 자기의 2년만 소중하다는 것인가? 살면서 2년이라는 시간이 소중하지 않은 사람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누군들 불편한 전투화를 신고 싶겠으며 무거운 군장을 짊어지고 훈련을 받고 싶겠는가. 우리 사회는 입대를 앞둔 청년들에게 무슨 말을 해 줄 수 있겠는가. 우리 사회가 더는 간과하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깊게 뿌리를 내린 이 부조리를 뿌리 뽑지 않고 계속 지속되게 놔둔다면, 국방이 흔들릴 수 있다. 국민이 바보인가? 계속해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흔히 말해 군대를 빼는데 당당하게 가고 싶은 사람들이 몇이나 되겠는가. 기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나라의 아들이라며 국가의 부름을 받으라 하기 전에 병역기피, 병역면제대물림 같은 사건이 더는 일어나지 않도록 뿌리 뽑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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