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조종실 내 사건·사고… 승객 불안감 커져

     
 

  지난 9월 20일 오후 12시 30분. 인천에서 로마로 향하던 아시아나항공 OZ561편에서 기장 간의 말다툼이 발생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뉴욕행 항공기에서 부기장 2명의 난투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자칫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조종실 내 사건·사고. 그 원인은 어디에 있고, 해결책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잇따른 Cockpit 내 사건·사고
  지난 9월 발생한 아시아나항공 OZ561편 사고는 기장과 팀장급 조종사의 인수인계 과정에서 발생했다. 인천-로마와 같은 장거리 노선은 안전을 위해 기장 2명과 부기장 2명이 탑승해 한 명씩 짝을 지어 교대로 운항한다. 비행 6시간후, 운항 순서가 된 A기장이 조종간을 잡고 있는 B기장에게 교대를 위한 인수인계를 요구했다. 하지만 B기장은 운항중이라는 이유로 부기장에게 항공기 상태와 비행 상황을 넘겨받으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A기장이 이에 반발하며 고성을 동반한 말다툼이 벌어진 것이다. 이 과정에서 A기장이 B기장에게 물병을 던졌다는 논란이 제기되었으나 A기장은 “던진 것이 아니라 실수로 떨어뜨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지난해 12월에는 조종사 간 난투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인천에서 뉴욕으로 향하는 아시아나항공 OZ222편에서 선배 부기장이 후배 부기장과 인사를 하면서 머리를 쓰다듬다 후배 부기장이 발끈해 시비가 붙어 몸싸움을 벌인 것이다. 항공기 운항 중이 아닌 비행 준비 단계였고, 곧바로 기장 2명이 다툼을 말렸으나 한 명은 병원으로 이송되고 다른 한 명은 심리 상태가 안정되었다는 판단 후 그대로 조종간을 잡았다.


흔들리는 Cockpit, 위험성은?
그렇다면 앞서 언급한 사례의 어떤 부분이 항공기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우선 처음 언급한 OZ561편의 경우에는 사건이 발생한 시점이 비행 준비 단계가 아닌 운항 중이라는 점이다. 물론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항공기 운항의 대부분이 자동화 되었지만,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한 조종사의 준비는 필수적이다. 만일 비행 중인 항공기에서 조종사가 작은 실수라도 범한다면 되돌릴 수 없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 항공기 운항과 관련 없는 일로 시비가 붙어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것이 위험한 이유이다. 또한 ‘물병을 던졌다’는 주장이 사실이라면, 물이 조종간에 튈 경우 전자장비 계통에 문제가 발생해 안전 운항에 지장을 초래할 수도 있다.
  두 번째 사례인 OZ222편 또한 여러 안전상의 문제점이있다. 사고가 발생할 경우 이를 수습할 수 있는 비행 준비 단계라 할지라도, 조종사 간의 몸싸움은 자칫 큰 부상으로 이어져 최악의 경우 조종사가 비행에 참여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흥분 상태에 놓인 조종사가 그대로 조종간을 잡게 된다면 평정심을 잃었기 때문에 정상적인 비행이 어려운 점도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흔들리는 Cockpit, 원인은?
  조종실 내에서 발생하는 항공 안전사고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선 첫 번째는 환경적 요인이다. 조종실은 기본적으로 외부로부터 철저하게 단절되어 있다. 무선 통신을 통해 관제탑이나 객실 승무원과의 의사소통은 가능하지만, 운항 승무원을 제외하고는 항공사의 허가를 받지 않은 이상 조종실 출입이 엄격히 금지된다. 이는 2001년 미국에서 발생한 9·11 테러를 계기로 항공보안의중요성이 전 세계적으로 대두된 것과 연관된다. 그렇다보니 만일 조종실 내에서 기장과 부기장 간 다툼이 발생하더라도 문 밖에 있는 외부인의 통제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조종실 출입을 허용한다면 항공기는더 큰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는 곧 환경적 요인 이외에도 개인의 심리나 조종사 간의 관계와 같은 인적 요인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킨다. 항공기 내에서는 기장과 부기장 간의 보이지 않는 위계가 존재한다. 과거 219명의 사상자를 낸 트리폴리 참사와 229명의 사상자를 낸 대한항공 801편 사고만 보아도 수직적 위계가 항공 안전에 있어 상당히 큰 위험 요인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부기장이 기장의 잘못된 판단이나 놓치고 있는 것에 대해 조언을 하고자 해도 ‘상사’임과 동시에 ‘기내에서 가장 높은 지위를 가진’ 기장에게 조언을 하기란 쉽지 않다. 이러한 수직적인 조종실 내 기장-부기장 관계 또한 항공 안전사고를 유발하는 주된 원인 중 하나인 것이다.


흔들리는 Cockpit, 해결책은?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전문가들은 그 해결책으로 제도적 개선을 말한다. 우선 이러한 문제로 인해 가장 크게 타격을 입은 항공사들은 조종사에게 다음과 같은 사규를 적용하고 있다. 업무와 관련된 대화에서는 영어를 사용한다. 기장이 부기장의 제안을 3번 이상 무시할 경우 부기장이 조종권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한다. CRM(Crew Resource Management,승무원 인적자원 관리) 교육을 필수적으로 실시한다. 위의 세 가지 방안은 모두 조종실 내의 수직적 문화를개선하고자 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그중에서도, 승무원의 의사소통과 협력을 장려하는 프로그램인 CRM의 경우 그 중요성을 ICAO에서도 인정해 적극적으로 홍보와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서구 국가의 경우 조종사들이 서로 ‘Captain’ , ‘Co-Captain’이라는 직함 대신 ‘Mr~’나 ‘Ms~’의 호칭을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대표적 예이다. 이러한 조종실 내 수평적 관계 형성에 대해 본교에서 항공인적요인을 강의하는 곽수민 교수는 “우리나라와 같은 동양문화에서는 수직적 위계질서를 쉬쉬하면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며 “이를 공론화해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게 하지 않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종사 간의 폭력 행위가 벌어졌을 경우 이를 제재할 마땅한 규정이 없다는 한계점 또한 존재한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OZ222편 사고를 언급하며 “부기장 간의 폭력 행사 사건은 전례가 없다”면서 “이를 처벌할 법적 규제가 없다”고 말했다. 대신 “항공사 사규에 제재방침을 담도록 권고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의 의견
  이러한 조종실 내의 안전사고가 잇따라 발생하자 조종사들을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나오고 있다. 양지민 변호사는 YTN과의 인터뷰에서 “기장들의 난투극을 엄하게 처벌하는 것은 사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라며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이와 관련된 논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승객이아닌 기장이 난투극을 벌이고 폭력을 행사할 경우 더 엄중하게 처벌하는 규제의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곽수민 교수는 서면 인터뷰를 통해 “조종사는 협소한 근무 환경에서 부족한 정보를 바탕으로 최선의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이를 잘 관리할 수 있는 마인드 컨트롤 및 전문가라는 프로의식의 형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항공사 차원에서 심리적 불안이나 감정적 불편함이 지속되지 않도록 전문 상담을 제공하는 방법들도 있다”고 말을 이었다. 다만 “아직까지 외부와 단절된 조종실의 환경을 바꿀 수 있는 해결책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항공기와 조종사의 안전을 위해 보안이 강화된 ‘Cockpit’. 그러나 최근 이곳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은 오히려 항공기와 승객들을 위험에 빠뜨렸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조종사들의 책임감 및 의식 강화와 제도적 장치의 마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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