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시간대 서울 지하철 승강장에서 장애인 단체의 기습 시위가 이어지며 운행에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교통약자법 개정 안에 항의하는 이번 시위는 출근길에 큰 혼잡을 일으키며 커다란 파장을 빚어내고 있다. 이번 시위를 두고 찬반 양론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이다.

시위의 배경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은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외치며 이번 시위 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이 시위에 나선 까닭은 장애인 권리 예산에 대한 요구와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교통약자법 개정안에 대한 불만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핵심 쟁점은 교통약자법에 있다. 교통약자법 개정안에서는 장애인콜택시를 비롯한 장애인 교통 수단에 대해 국가가 예산을 지원‘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는데, 현실 여건상 국가의 지원이 없으면 이러한 교통수단이 운영될 수 없기에 예산 지원을 확실히 ‘명시’시켜달라는 것이 이번 시위의 쟁점이다. 실제로 기획재정부에서는 ‘장애인 관련 사업은 기본적으로 지자체가 해야 할 영역’이라며, 시도별 지역 상황에 맞춰 시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하였다. 즉, 국비 지원이 명확히 되지 않는다면 상대적으로 예산이 풍부하지 못한 지자체에서는 장애인 교통 수단 운영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3월은 기재부가 각 부처에 예산 편성 지침을 내리는 시기이자, 동시에 대선이 있는 달이기도 하다. 장애인 단체들은 기재부가 요구를 받아들이거나, 유력 대선 후보 중 한 명이라도 장애인 권리 예산을 보장하겠다고 공표하면 시위를 중단하겠다고 밝히기도 하였다. 이러한 배경과 시기가 맞물리 며 시위가 점점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시위 때문에 전철 운행 혼잡?

 

▲ 1월 21일, 서울 지하철 4호선 미아사거리역에서 시위를 진행하는 전장연 회원의 모습 (출처 : 헤럴드경제)
▲ 1월 21일, 서울 지하철 4호선 미아사거리역에서 시위를 진행하는 전장연 회원의 모습 (출처 : 헤럴드경제)

 

 전장연의 장애인 이동권 보장 시위는 주로 출입문과 스크린도어 사이에 휠체어 바 퀴를 끼워 열차가 출발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런 탓에 전철 운행에 차질이 빚어지고, 출근 시간과 겹쳐 운행 혼잡이 발생하는 것이다. 운행 혼잡이 지속되자 서울교통공사에서는 전장연에 3,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함과 동시에 형사 소송을 제기하기도 하였다. 1월 28일 교통공사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장애인 단체의 운행방해 시위가 17차례(1월 28일 기준)이며, 매 차례 지연된 열차 시간은 평균 40분 이상이다. 다만 보도자료 이후에도 지속된 시위를 고려하면 2월 21일 기준 35회 이상으로 추정된다. 또한 이 자료에서 교통공사는 “지하철 내 이동권 확보에 대해 서는 공감을 표하지만, 탈시설·장애인 교육권 등 지하철과 관련이 없는 주장에 대해서는 난감하다”고 밝혔다. 동시에 “2024년까지 전 역사에 엘레베이터 100% 설치를 위해 노력 중”이라며 시민 불편을 유발하는 불법시위를 자제해 달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전장연, “차라리 욕의 무덤에서 죽겠다”

 전장연의 시위로 인해 출근길 혼잡을 겪는 시민들은 시위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교통공사의 입장 표명과 흡사하게, 이번 시위와 교통공사는 연관이 없는 데 어째서 무고한 전철 운행을 방해하냐는 것이다. 실제로도 전장연의 시위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여러 분야에서 떠오르고 있다. 21일 기준,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전장연의 시위를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청원글이 3건 올라왔으며, 총합 6,179명의 서명을 받기도 하였다. 15일에는 사이버 공격으로 인해 전장연 홈페이지 서버가 다운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 전장연은 비난의 목소리를 받아들이며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전장연은 20일 보도 자료를 통해 “출근길 보내는 시민들의 욕설을 이해한다” 면서도, “‘욕의 무덤’에 들어가더라도, 20년을 외쳐도 중증장애인들의 기본적이고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무관심과 불평등의 사회는 변해야 한다”며, “변하지 않는다면, 우리에게는 절망의 사회이다, 차라리 ‘욕의 무덤’에서 죽겠다”고 역설했다.

 적법한 절차를 통하지 않고 진행된 불법 시위는 옳지 못하다는 시선과 지적이 많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과연 이번 사태의 비난을 온전히 장애인 단체만이 짊어져야만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가져봐야할 때이다. 결국 정부의 미온적한 대응으로 인해 애꿎은 출근 인파만 고통받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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