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5월 22일 오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환담을 갖고 기자단을 대상으로 스피치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출처: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5월 22일 오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환담을 갖고 기자단을 대상으로 스피치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출처: 뉴시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통과로 한 국산 전기차가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되자 한국 완성차 업계와 정부가 긴급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미국 현지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는 방안 외에 실효성 있는 해 법을 찾기는 힘들다는 진단이다.

 

美 전기차 보조금 지급 중단에 현대차 위기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IRA는 북미 에서 조립되지 않는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에서 보조금을 받으려면 북미에서 조립해야 하고 미국이나 미국과 FTA 체결을 한 국가에서 배터리 광물을 조달해야 한다. 배터리 부품도 일정 비율 이상 북미산을 써야 한다는 조건도 들어있다. 한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는 현대차·기아의 경우 발등에 불이 떨어진 긴박한 상황이다. 미국에서 보조금을 받지 못하면 그만큼 가격이 오르는 효과가 있어 현지 차량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이 미국에서 판매 중인 모델들은 모두 국내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기 때문에 앞으로 7,500달러(약 1000만 원) 전기차 보조금을 받지 못한다. 그동안 비슷한 성능인 포드의 머스탱 마하E는 아이오닉 5보다 500만원가량 비쌌다. 하지만 아이오닉 5가 보조금을 받지 못하면 오히려 머스탱 마하E가 450만원 정도 더 저렴해진다. 결국 소비자들은 비슷한 성능이라면 더 저렴한 차량을 사게 되고, 이는 판매량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 현대차는 미국 전기차 판매 순위에서 테슬라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는데, 이 자리를 장담할 수 없게 되는 셈이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5월 방한한 조 바이 든 미국 대통령을 만나 50억(6조 6,975억 원) 달러의 추가 투자를 약속하는 등 100억(13조 3,950억원) 달러 규모의 신규 투자를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IRA로 인해 테슬라나 GM 등과 전기차 경쟁은 더 불리해진다.

 

급히 불 끄기에 나선 현대차와 韓 정부

 이렇다 보니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공영운 현대차 사장은 지난달 23일 급하게 미국 출장길에 올랐지만 딱히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다. 정 회장은 미국 정관계 인사들을 만나 IRA 현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와 정부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국회는 지난 1일 IRA에 따른 한국산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차별을 우려하며, 미국에 세제 지원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여야 국회의원들은 결의안에서 “한미 양국은 지난 10여 년간 FTA를 통해 무역과 투자에 관한 장벽을 축소·철폐해왔고, WTO 등 국제통상 규범을 앞장서 준수해왔다”라며 “IRA는 FTA와 WTO 규범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산업통상자 원부와 외교부 등도 정부 합동대표단을 꾸려 미국으로 출국했다. 지난달 29~31일 주요 기관과 의회를 방문해 IRA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대통령실도 지난달 31일 미국에서 열린 한미 안보실장 회담에서 국내 업계의 우려를 전달하고 미국의 적극적인 협조와 관심을 당부했다. 외교부는 IRA와 관련해 한국산 전기차에 대한 차별적 조치를 2025년까지 유예하는 잠정 조치를 미국 측에 제안했다.

 

여전히 상황은 녹록지 않아...

 하지만 실질적인 해법이 나오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미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서명해 시행됐고, 한국만 예외로 해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미국으로선 전기차 보조금은 IRA 법안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IRA 법 시행을 자신의 성과로 여기고 있어 해결책은 더 요원하다. 결국 현대차그룹 스스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인플레이션 감축법 문제로 미 조지아주 공장 설립 시기를 앞당기기로 했다. 당초 조지아주 공장 착공을 내년 상반 기로 계획하고 있었지만, 연내 착공으로 조정하는 것이다. 이러면 2024년 하반기엔 공장을 가동할 수 있다. 현대차는 이미 가동 중인 앨라배마 공장 내 라인 전환을 통해 GV70 전기차도 연말부터 생산하기로 했다. 아울러 일정 기간 가격 할인 프로모션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들에게 가격을 보전해준다면 수익성은 줄어들겠지만 시장 점유율은 유지할 수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그룹 차원에서 최대한 전기차 현지 생산 을 독려해야 한다”라며 “조지아 공장이 완공되려면 아직 기간이 남은 데다 그마저 현대차 전용 공장이지 기아 전용 공장은 아니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앨라배마와 조지아주의 현대차·기아 공장 내 내연차 생 산라인을 전기차 라인으로 빨리 바꿔 아이오닉 5나 EV6를 생산해야 한다”라며 “이를 위해 국내 노사가 서로 합의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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