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준 선임기자
김성준 선임기자

 

“뭐? 퇴임기자의 변 준비하라고?”

  갑자기 나보고 마지막 기사 작성을 준비하란다. 벌써? 아니 지금이,,, 2022년 11월이구나. 내가 4학년이구나. 몇 개월 후면 졸업이구나. 시간을 거슬러 1학년 때의 모습을 천천히 떠올려 보았다. 2019년 4월 초, 신문사 선배들을 바라보며 느꼈던 감정과 생각들. 낯섦, 어색함, 부러움, 선망... 이 중에서 가장 강했던 생각은 ‘나도 저렇게 4학년이 되는 날이 오긴 할까?’였다. 2019년이 영원할 것 같았고, 1학년 새내기 생활이 영원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미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그때 보았던 선배들은 모두 졸업하여 어엿한 사회인이 되어있다. 그리고 나도 몇 달 후면 이제 대학생이 아니게 된다. 4년간의 신문사 생활이 이제 이 글로 마무리가 된다.

 

  고등학교 시절에도 신문부 활동을 했었다. 또 다른 진로로 신문기자를 꿈꿨기 때문이다. 나는 뭔가 바꿔보고 싶었다. 거창하게 세상을 변화시키고 이끌고 그런 것보다는, 사회에 끌려다니지 않고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좋으니 우리 사회에 흔적을 남기는 사람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꿈은 항공대에 와서도 마음속에 남아 자연스레 항공대신문사에 발걸음을 향하게 하였다.

  1학년 수습기자 시절엔 칼럼 쓰기를 참 좋아했다. 고등학생 때의 꿈을 간직한 채로, 사회에 불평불만을 마음껏 쏟아낼 수 있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내 의견을 맘껏 표출하고 나면 원고료도 받는다! 일반 기사는 언론으로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중립적인 사실만을 보도해야 했지만, 칼럼은 말 그대로 사설, 社說이면서 동시에 私說이다. “우리 사회 돌아가는 꼴이 정말 맘에 안 든다~ 이거는 이리저리 바꿔야 하지 않겠냐?” 기자라는 호칭도 달고 잔뜩 하고 싶었던 말을 수많은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다. 그래서 다들 기피하던 칼럼을 항상 많이 써왔다. 그러나 우매함의 봉우리가 꺾인 것인지, 아니면 의지가 꺾인 것인진 잘 모르겠지만 3학년, 4학년이 되며 어느새 인가부터 칼럼을 쓰기가 부담스러워졌다. 칼럼을 쓸 땐 그 당시 내가 사회에 하고 싶었던 말을 자유롭게 작성하면 됐었는데, 몇 호 전 신문에서 칼럼을 담당하려니 정말 막막했었다. 사회에 하고 싶은 말이 없는 것이다.

 

  ‘지금 대학 다니는 것도 바빠서 죽을 거 같은데 뭔 놈의 사회야?’ 겨우 스물세 살의 어린이가 내뱉기엔 정말 웃긴 말이지만, ‘나도 늙었구나’라는 생각이 몰려왔다. 그리고 다시 아까 언급한 1학년 시절이 생각났다. 왜 선배들이 칼럼을 기피했는지, 왜 항상 그리 어딘가에 쫓기는 듯 보였는지 말이다. 역시 사람은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공감하지 못하나 보다. 내가 그 입장이 되고 나서야 그때 그 기억과 감정들이 다 스쳐 지나가며 이해되는 게 정말 실소가 다 나왔다. 그리고 지금 과거의 칼럼들을 돌아보며 ‘썩소’를 짓는다. ‘옛날부터 한결같이 사회에 불만만 가득 찼었구나. 그리고 지금의 나도 여전히 불만 많구나. 칼럼 좀 더 쓸걸. 잘 좀 쓸걸’

 

  선배들은 모두 칼럼으로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자신의 감정을 진솔히 넣기도, 아니면 정갈한 논리로 사람들을 설득하기도, 세련된 문장으로 읽는 재미를 느끼게도 해주었다. 그러나 나는 4년이나 기자 노릇을 해왔는데도 지저분하게 화내는 글만 써온 것 같기도 해서 후회스럽다. 뭐, 이런 글을 쓰는 사람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라며 자기 합리화를 해본다.

 

  왜 마지막 칼럼을 ‘퇴임기자의 변’이라 하는지도 이제서야 이해된다. 마지막은 항상 아쉽다. 항상 후회되고, 항상 변명뿐이기 때문이다. 이번 글도 그렇지 않은가? 마지막 칼럼이니 뭔가 거창하고 화려하고 멋진 글로 마무리하고 싶었는데, 결국 변명뿐인, 두서없는 글만이 남았다. 과연 나는 멋있는 기자였을까? 글을 잘 쓰는 정기자, 신문사를 잘 이끄는 편집국장, 후배를 잘 다독여주는 선임기자였을까? 그리고 우리 사회에 흔적을 남겼었을까? 사실 항공대신문사의 존재도 모르는 학우가 많기는 해도, 가끔 찾아와 글 잘 읽었다고 전해주는 사람들이 있긴 했다. 그럼... 뭐 나름 꿈을 이룬거 아닐까?

 

  나의 흔적이 우리 사회에, 우리 학우들에게 남았길 바라며, 항공대신문사의 모든 사람과 독자 여러분께 감사와 작별의 인사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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