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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국에?"
김성준 기자 | 승인 2019.09.02 00:00

 

김성준 기자

 안 그래도 한일 양 국가의 국민들 마음속에 숨겨져 있던 악감정이 요즘은 밖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화이트리스트, 강제 징용 판결, 무역 보복 등 여러 가지 복잡한 이야기들로 엮인 이번 사태는 한일 양국 사이의 감정의 골을 벌리는 중이다. 깊고도 넓게 벌어진 감정의 골은 한일 국가 간의 관계뿐만 아니라 사람들 사이의 감정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번 칼럼에서 필자는 이러한 ‘감정’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자 한다.


 일본 불매 운동이 다각적으로, 전방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제국주의 일본에 적극적으로 협력 및 가담했음에도 반성 없이 국내에서 영업 중인 전범 기업에 대한 불매부터 시작한 이번 운동은 이제 일본 전체에 대한 불매로 변하고 있다. 일본의 무역 보복 및 적반하장 식의 태도에 우리 국민들이 분노했기 때문이다. 적절한 방법으로 행하는 불매 운동은 일본에 대한 항의를 표출하는 정당한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필자는 이러한 불매 운동이 변질하고 있기에 걱정이 된다.


 불매 운동은 개인의 자유이기에 필자가 뭐라고 말릴 명분은 없다. 오히려 지지하기도 한다. 다만, 필자가 말리고, 또 비판하고자 하는 대상은 ‘비뚤어진 애국심’을 갖고 불매 운동을 하는사람들이다. 일본에 대한 거부감이 퍼지면서, ‘과도하고 과격하게’ 일본에 대한 반감을 표출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러한 사람들은 자신들뿐만 아니라, 남들에게도 자신의 잣대를 들이밀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도요타와 같은 일본 차를 타는 사람들을 무조건 비난하거나, 일식을 먹는다는 이유만으로 ‘매국노’라고 몰아가는 사례를 예시로 들 수 있다. 실제로 일본 불매 운동이 시작된 이후부터 일본 차에 낙서를 하거나 계란을 던지는 등의 ‘묻지마 테러’ 또한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자동차 정비소와 주유소에서는 ‘일본 차는 받지 않는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있기도 한다. 이러한 행위는 비뚤어진 애국심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하고 싶다. 불매 운동에 개인적인 이유로 참여하지 않는 것 또한 참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개인의 선택이다. 그리고 아무리 좋은 의도가 있더라도, 남에게 강요하거나 협박하는 순간 그 운동은 좋은 의도를 잃고 ‘분노’만을 갖게 된다고 생각하는 바이다.

 

 분노의 감정은 불매 운동에서 그치지 않는다. 전범 기업에 대한 분노는 자연스레 일본에 대한 분노로 번졌다. ‘일부’ 극단적인 사람은 이 분노를 ‘일본인 전체로의 혐오’로 변질시키기도 하였다. 한국 여행을 온 일본인 관광객이나 유학생에게 ‘쪽발이’라며 비하 발언을 하거나, 숙박 업체에서 일본인 숙박객은 받지 않기도 하는 경우가 우리 사회에서 보인다. 특히, 일본인은 거부하겠다는 숙박 업체의 소식을 담은 뉴스 기사를 보고 필자는 매우 큰 충격을 두 번이나 받았다. 첫 충격은 이러한 혐오 행위를 자랑스러운 애국 행위인 것처럼 널리 알리는 숙박 업체 대표의 태도 때문이었으며, 두 번째 충격은 이러한 뉴스 기사에 담긴, 숙박 업체를 응원하고 칭찬하는 댓글 때문이었다. 앞서 말했듯, 이러한 행위는 절대 애국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비뚤어진 애국심’이다. 행위 자체가 옳지 못한 것이라고는 별다른 설명 없이도 독자분들이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게다가 행위가 옳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말하듯 ‘이 시국에’ 한국에 관광을 온 일본인들이 과연 그들이 혐오하는 ‘쪽발이’일까? 오히려 지금 두려운 감정을 숨기고서라도 한국에 관광과 유학을 온 일본인들이야말로 한국을 사랑하고 대화를 하고 싶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사람들이 우리 한국의 의견과 상황을 일본에 가서 설명하고, 대변해준다면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한일우호이자 평화일 것이다.


 이 글에서는 결코 일본 불매 운동에 참여하는 사람 모두를 비판하는 것이 아님을 다시 한 번 말하고 싶다. 비뚤어진 애국심을 지니고 자신의 사상을 남에게 강요하는 사람을 비판하는 것이다. 최근 인터넷에서 자주 쓰이는 유행어는 ‘이 시국에?’이다. 일본과 조금이라도 관련된 물건을 사거나 일식을 먹으면 장난으로 “이 시국에 일제 물건을 사?”라든가 “이 시국에 일식을 먹어?”라며 태클을 거는 것이다. 일부 과격한 일본 불매 운동에 관한 일종의 패러디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대다수의 국민들은 이미 무엇이 옳은 태도인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열 번 잘한 것보다 한 번 실수가 더 돋보인다고, 극히 일부의 몰상식한 태도 때문에 한일 양국 간의 갈등이 깊어지는 것을 경계하자. 우리가 지닌 성숙한 태도로 ‘성숙한 불매운동’을 해야 한다. 비뚤어진 애국심은 결국 전체주의와 혐오주의로 이어지므로, 이러한 ‘시국’일수록 더욱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김성준 기자  sketch00@ka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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