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간의 전쟁으로 그 배경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전쟁의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서로 다른 민족 간의 증오는 항상 모든 곳에 끼어있고, 민족주의가 그 증오의 원인이다.

 


 19세기 나폴레옹이 일으킨 프랑스 혁명 전쟁을 통하여 자유주의와 민족주의는 유럽의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민족주의는 프랑스 대혁명 당시 왕당파와 혁명파로 분열되어 매우 약체화되어 있던 프랑스군이 프랑스 혁명 전쟁에서 승리하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나폴레옹은 러시아 침공에 실패하고 1815년 워털루 전투에서 패배함으로써 몰락하였지만, 그가 남긴 민족주의의 불길은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기 전까지 유럽뿐 아니라 전 세계를 휩쓸었다.

 

 민족주의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는 국가는 오스트리아가 최고일 것이다. 세계 최고의 다민족 국가였던 오스트리아 제국은 나폴레옹 전쟁에서의 패전으로 인하여 합스부르크 왕가의 통치력이 떨어졌고, 여러 소수 민족들의 분리 운동이 시작되었다. 오스트리아의 주 민족인 독일계는 4천 5백만 명의 제국 인구 중 25%를 단 한 번도 넘지 못하였고, 제국은 해체될 내부적 위기에 직면하였다. 이에 오스트리아 제국의 황제인 프란츠 요제프 1세는 독일계 다음으로 많은 인구를 차지하고 있던 헝가리계와 접촉, 헝가리인의 자치 권리를 보장함으로써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을 설립하였다. 이를 대타협이라 부르며, 프란츠 요제프 1세의 국민적 인기와 합쳐져 제국은 다시 안정되었다.


 그러나 오스트리아에 닥친 민족주의의 열풍은 절대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민족주의를 외치며 오스만 제국에게서 독립한 발칸반도의 국가들이 있었다. 과격한 민족주의의 열풍에 휩싸여있던 세르비아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과 갈등을 빚었고, 제국이 보스니아 왕국을 합병하자 이를 계기로 세르비아의 민족주의는 폭발하기에 이르렀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황태자인 프란츠 페르디난트 대공이 ‘젊은 보스니아’라는 세르비아 민족주의 조직에 속한 가브릴로 프린치프에게 암살당했다. 오스트리아-헝가리는 세르비아에 최후통첩을 날렸으며, 범슬라브주의에 따라 러시아 제국이 세르비아를 지지하였고 독일 제국이 오스트리아 제국을, 러시아 제국을 다시 한번 프랑스가 지지함에 따라 얽힌 국제 정세로 인해 제1차 세계대전이 시작되었다.

 

 프란츠 페르디난트 대공은 민족주의의 해결을 위해 체코인, 폴란드인, 슬로바키아인, 우크라이나인, 루마니아인 등 다른 소수 민족에게도 헝가리와 동등한 권리를 지급하는 ‘대오스트리
아 합중국’으로의 개편을 추진하였다. 그러나 본인의 암살과 패전으로 인해 계획은 물거품이 된 채로 제국의 영토는 9개 국가로 분할되었으며, 오스트리아는 제국 시대에 비교해 영토는 8분의 1, 인구는 9분의 1 수준으로 갈라졌다. 오스트리아는 승전국에 막대한 전쟁 보상금을 치러야 했고, 경제 대공황이 겹치면서 극심한 경제적, 정치적 불안에 빠지게 된다. 1933년 나
치당이 독일의 정권을 잡으면서 대독일주의가 독일 내에 핵심 기치로 자리잡았고, 같은 독일 민족인 오스트리아와의 통일을 이루어야 한다는 여론이 두 국가에 대두되었다. 1938년 두 국가는 합병되었고, 오스트리아 군대는 독일군과 합쳐져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다. 독일의 패전이라는 제2차 세계대전의 결말에 따라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다시 분할되었으며 영세 중립국으로 남는다는 조건 하에 1955년 연합국의 군정에서 독립하여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민족주의의 부정적인 예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제1차 세계대전의 패배 이후 오스만 제국은 오스트리아-헝가리와 마찬가지로 해체되었고, 그를 승계한 터키 공화국 또한 세브르 조약으로 인해 거대한 영토를 상실할 뻔 하였다. 그러나 아타튀르크의 주도와 민족주의의 기치 하에 독립 전쟁을 일으켰고 1925년 승전함에 따라 현재의 터키 영토를 확정지을 수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제1차 세계대전은 당대에 ‘모든 전쟁을 끝내기 위한 전쟁’이라는 별명을 가졌다. 그러나 1차대전의 결과는 오히려 또 다른 세계대전과 수많은 나라의 내전을 불러일으켰다. 한국 또한 극렬한 민족주의를 배격하고 주변 국가와의 화합과 공존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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