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은 혐오와 증오의 시대라는 글을 1189호 칼럼으로 투고한 적이 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나와 나이가 다르면, 성별이 다르면, 정치적 의견이, 가치관이 약간이라도 다르다면 상대방은 ‘적’이 된다는 내용이다. 반년이 지나 2021년을 마무리하며 이 주제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니, 글 쓴 당시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이번 칼럼은 ‘갈라치기’ 에 대해서 써보기로 마음먹었다.

 

김성준 선임기자

  대뜸 갈라치기는 왜? 라고 의문이 들 수도 있지만, 일단 들어보라. 갈라치기라는 단어가 워낙 자주 쓰이고 있지만, 글쓴이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특정 집단을 나누고 서로 간의 갈등을 조장하는 행위’라고 정의하겠다. 사실 방금 언급한 내용이 이 글의 전부이다. 최근 든 생각은, 우리 사회의 갈등이 정치권의 갈라치기 전략으로 매우 극렬화되었다는 것이다. 지난 1년간, 아니 지난 수년간 우리 사회에 갈등과 혐오가 존재했던 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일부의 사례를 집단 전체의 사례로 일반화시키고, 자극적으로 가공해서 부채질하는 세력 또한 분명히 존재한다. 

  갈라치기를 하면 정치를 하기 참 편하다. ‘저에게 정치 권력을 주십시오’라고 호소하기 보다는, ‘○○는 악의 세력입니다’라고 주장만 하면 지지 세력과 반대 세력이 알아서 치고박고 싸워준다. 이는 일종의 이이제이 전략이다. 사회를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남자와 여자로, 청년과 노인으로 나눠서 서로 피 튀기며 싸우는 동안 이득을 보는 이는 따로 있기 때문이다.  10%의 가진 자를 악으로 규정하면 90%의 가지지 못한 자의 표를 얻어올 수 있다. 20대의 표를 포기하면 30대 이상의 표를 얻어올 수 있다. 노인의 표를 포기하면 나머지 60대 이하의 표를 얻어올 수 있다. 정치인에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혐오와 증오 범죄는 신경 쓸 일이 아니다. 적폐 세력을 탄압하는 우리는 ‘선한 셰력’, 반대하는 자는 ‘나쁜 세력’으로 갈라서 배제하고, 척결하고, 섬멸한다. 

 

  결국 희생양은 2030

  이렇게 갈라치기에 휘둘리는 가장 큰 희생양은 결국 우리 나잇대의 2030 청년들이다. 중·장년층과 노년층의 정치 의견은 수십 년간 단단히 고정화되어서 바뀌기가 어렵다. 이른바 정치권에서의 ‘집토끼’가 되는 것이다. 자연스레 정치권은 여야할 것 없이 2030의 표심을 얻기 위해서 온갖 갈라치기를 시전하였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성별 갈등이다. 사회에 존재하는 갈등과 차별을 표를 얻기 위한 수단만으로 써온 사례들은 너무나도 다양하고, 많으면서도 추잡하기에 이 글에는 직접 언급하지는 않겠다.

  더더욱 추악한 것은, 청년들이 슬슬 이러한 전법을 눈치채고 잘 넘어가지 않자 유화책을 펴고 있다는 점이다. 요즘 매체를 보면 민지 세대, MZ 세대라는 말이 빠지지 않고 나오고 있다. 글쓴이는 이러한 단어의 사용법 조차 정말 정치적인 의도가 너무나도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당이야말로 진정으로 청년들을 생각한다는 위선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내가 MZ 세대라고?

  애시당초 MZ 세대라는 말조차 웃기다. M 세대와 Z 세대를 묶어서 MZ 세대라고 부른다는데, 이게 말이나 되는가? M 세대, 밀레니얼 세대는 26세에서 42세 사이를 부르는 말이고, Z 세대는 12세에서 25세 사이를 부르는 말이다. 즉, 12살과 42살의 서른 살 차이나는 사람이 한 세대로 묶인다는 것인데, 이게 말이나 되는가? 서른 살 차이면 아빠와 아들 차이인데?

  나는 MZ 세대라는 단어가 결국 현재 우리나라의 주축(기득권)을 차지하는 4,50대의 ‘X 세대’가 자기 보다 ‘어린 놈들’을 쉽게 표현하기 위해 쓰는 단어라고 생각한다. 자기보다 윗 세대는 베이비부머 세대이고, 자기보다 어린 ‘이해 안 가는 청년들’ 은 MZ세대인 것이다.  

 

  결국 결론은 ‘제발 우리를 가만히 놔두세요’이다. 우리들은 더 이상 정치라는 게임의 말로서 희생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쪽 당과 저쪽 당에서 요즘 하루가 멀다하고 성별 갈등에 대해서 이야기하곤 한다. 그런데 성별 갈등을 부추긴 건 과연 누구였을까? MZ 세대는 더이상 ‘민지’로 불리고 싶지 않다.

 

저작권자 © 항공대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