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없는 일로 회사를 잘린 여자. 그녀는 슬픈 마음을 안고 집으로 가는 지하철을 타러 가고 있다. 그런데 앞에서 갑자기 나타난 아이 때문에 지하철을 놓치고 만다. 안 그래도 힘든데 눈앞에서 놓친 지하철 때문에 더 짜증이 나고, 지연을 알리는 방송 때문에 더욱 화가 난다. 할 수 없이 밖으로 나와 택시를 기다리던 중 뺑소니 사고를 당하고 병원에 갑자기 실려 간다. 운수가 진짜 안 좋은 날이라고 생각하며 집에 돌아간 그녀는 집에서 기다리고 있던 남자친구에게 모든 일을 얘기하고 남자친구는 다 잊으라며 맛있는 음식점에 데려가 술을 잔뜩 사 주고 기운을 북돋아준다. 위로를 받은 그녀는 비록 샌드위치 아르바이트이지만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 하지만 남자친구는 무엇을 숨기는지 계속 의심스러운 행동을 하고 그녀는 조금 씩 불행해지기 시작한다.

다시 이야기의 처음으로 돌아가자. 어이없는 일로 회사를 잘린 여자. 이번엔 운 좋게 집으로 가는 지하철을 탄다. 기분이 안 좋은 것도 모르는지 옆에 앉은 남자는 조잘조잘 떠들어댄다. 알고 보니 좋은 사람이었는지 힘내라며 좋은 말을 해준다. 기분이 조금은 좋아진 그녀는 남자친구가 기다리는 집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그녀를 기다리는 건 남자친구의 불륜현장이다. 배신감을 느낀 그녀는 당장 집에서 나오고 며칠을 비참하게 보낸다. 하지만 친구와 그때 지하철에서 만난 좋은 남자의 격려와 응원으로 창업을 하고 새로운 사랑을 하게 된다.

위의 내용은 ‘슬라이딩 도어즈’라는 영화의 줄거리이다. 위의 줄거리만 보면 정말 찰나의 순간이 인생을 이렇게까지 바꿀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지하철을 탄 여자의 삶이 더 긍정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영화의 결말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한다. 첫 번째 인생의 경우, 교통사고를 당하지만 살아나고 새로운 삶을 암시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난다. 하지만 두 번째 인생의 경우, 마지막에 교통사고를 당하고 죽는다는 것으로 끝난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것을 지배하는 초인간적인 힘. 또는 그것에 의하여 이미 정하여져 있는 목숨이나 처 지.’ 운명의 정의이다. 정해진 운명이 있다면 얼마나 허무할까. 하지만 영화는 결국엔 정해진 운명이 있다고 암시한다.

예전부터 보고 싶었던 이 영화를 보며 운명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영화는 여러 가지 선택들로 순간의 인생은 변할 수 있지만 결과는 정해져 있다는 주장을 펼친다. 하지만 반대의견도 있다. 수많은 선택이 우리의 인생 자체를 바꾼다는 것이다. 나에게 있어서는 고등학교 때 이과를 선택한 일, 대학교 원서를 여기 항공대에 쓴 일들이 그런 것에 속할 것이 다. 그리고 가끔은 그때 다른 선택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들이 들기도 한다. 그랬다면 다른 인생을 살고 있지 않았을까 하면서 말이다.

운명과 선택은 각자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다. 나는 선택이 모여 운명을 결정짓는다고 믿는다. 그렇게 생각해야 작은 선택이라도 소중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게 주어지는 선택지를 최선을 다해 고민하고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신은 운명과 선택, 어떤 게 옳다고 생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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