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서 정치질 당했다.’, ‘정치질 제대로 해보자!’, ‘정치질 신경 끄고 산다.’ ‘정치질 그만합시다.’ 네이버에 정치질이라는 단어를 치면 나오는 글의 제목들이다. ‘정치질은 선빵필승’, ‘어떨 땐 정치질 잘하시는 분들이 부럽 네요.’ ‘레벨이 조금 높다고 정치질 하네요.’ 다음에 정치질이라 는 단어를 치면 나오는 글의 제목들이다. ‘ooo게임이 xxx게임보다 정치질이 더 심한 것 같네요.’, ‘정치 질 하는 방법.’, ‘헬조센의 흔한 사이버 정치질.’ 구글에 정치질 이라는 단어를 치면 나오는 글의 제목들이다. 심지어 위의 제 목 중에는 기사의 제목으로 쓰였던 것도 있다. 언제부터인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정치’라는 단어가 들어간 인터넷 용어들은 대부분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기 시작했다. 좋은 뜻으로 쓰이 는 경우는 단 한 번도 볼 수 없었다. 왜 정치라는 단어가 나쁜 의미로만 쓰이는 것일까. 그 출발점은 어디일지 곰곰이 생각 해 보았다.
인터넷 신조어는 대부분 인터넷을 통해 소통을 하고 인터 넷에 많은 시간을 보내는 청소년 및 20대 초/중반에 의해 많이 생성된다. 처음에는 그들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졌던 인터넷 용어들이 어느새 표준어로 승격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금수저, 흙수저 또한 인터넷 신조어다. 많은 사람들이 쓰게 하고 싶거나 주목을 받기 위해서는 다소 자극적이어야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이러한 신조어들이 그들의 심리를 반영하고 있다 고 보면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금수저, 흙수저라는 단어 의 주인공인 경제적으로 부유한 집안의 자제는 우러러보는 경 향이 있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의 자식은 한층 깔보는 느 낌이 짙다. 전 문장에서 언급했던 ‘자제’와 ‘자식’이라는 단어의 선택처럼. 정치질이라는 단어는 그들의 깊은 내면에 정치는 좋지 않은 것이라는 인식이 깔려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 않을까. 최
근에 기어코 터져버리고야 만 현직 대통령을 둘러싼 문제뿐만 아니라 총선때 일어난 문제들, 전 대통령이 시행했던 정책들에 서 비롯한 심각한 문제들을 바라보고 있자면 ‘정치’라는 단어 에 좋은 심리가 반영될 리 없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청소년들 이 정치에 대해 혹은 몇몇 정치인에 대해 좋지 않은 생각을 가 지고 있다는 것이 조금이나마 그런 것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고 조금씩 알아가는 단계에 있다고 생각되는 점에서는 상당 히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에 대해 무관심의 연속이었 던 청소년들 및 20대 초반의 유권자들이 그들만의 정치성향을 가질 수 있는 동기가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말이다. 이렇듯 인터넷 용어들이 이용자들의 단순한 발상이나 편의를 위해서만 탄생한다는 것이 아니라고 보여지는 요즘, 나랏일을 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모습이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어떤식으로 비춰지고 있는지 한번쯤은 알게되는 계기가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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