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의 시작을 알렸던 지난 1월 13일, 나는 지구촌에서 가장 더운 곳인 동남아로 떠났다. 그리고 2월 5일, 추위가 한풀 꺾이고서 귀국을 했다. 23일이라는 동남아의 여러 나라들을 경험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곳들은 우리나라같이 4계절이 뚜렷하지 않고 1년 내내 같은 계절이 계속되는 지역이었다. 그러다보니 우리나라와는 매우 다른 문화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랬기에 자연스레 그 지역의 사람들과 마찰하는 부분도 많았고 신기한 것도 많았다. 우리나라에서 당연하게 여겨졌던 부분이 그쪽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마찰이 많았던 부분이 바로 통행 방향이었다.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태국은 좌측통행에 맞춰 교통시스템이 형성되어 있었기에 횡단보도를 건널 때, 인도를 걸을 때 등 모든 상황에서 사람들과 부딪히기 일쑤였다. 그럴 때마다 나에게 욕설을 하는 사람도 있었고 도리어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미안하다고 한 사람들은 대부분이 서양 여행객들이었다. 아마 그들 또한 우리나라와 같이 우측통행을 하는 나라였으리라.

캄보디아에서는 이런 적도 있었다. 그곳의 숙소는 1층은 주인집과 로비, 그 위로는 투숙객들을 위한 방이 마련되어있는 구조였다. 설 당일인 28일, 나와 일행은 우리만의 구정을 자축하고자 맛있는 점심을 먹기 위해 로비를 지나 현관문을 나서려 했다. 그때였다. 그 숙소의 주인 가족들이 우리를 불러 세우고는 자신들의 구정 행사에 참여해 같이 밥을 먹자는 것이다. 우리로서는 맛있게 차려진 밥상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우리가 그들의 제안에 응하자 원래는 유료로 제공되는 맥주와 각종 서비스들을 그 순간은 무료로 즐기라고 했다. 뜻밖의 환대에 몸 둘 바를 몰랐다. 가족행사에 손님을 초대하는 것, 심지어 처음 본 외국인 손님을 초대하는 것이 이렇게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점심을 먹고 우리만의 일정을 소화한 뒤 아꼈던 점심 식비로 작은 선물을 했다. 그 작은 선물을 받고서 기뻐하는 주인장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훤하다. 오히려 그들이 예상치 못한 선물을 받아서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그들의 대접하는 문화와 우리의 보답하는 문화가 만들어낸 아름다운 결과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는 한동안 그곳에서 겪었던 통행에 어려움에 관한 기억, 예상치 못한 환대 등 좋은 추억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다름에서 오는 신선함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다른 이유에서일까. 그 기억들이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겪었던 통행 관련 마찰, 그리고 가족 행사에 아무런 거부감 없이 초대하는 그들의 친화력이 더 기분 좋게 다가왔다고 해도 그것이 문화의 모범답안이라고 할 수 있을까? 단지 그것이 우리나라의 것보다 더 좋아 보인다고 하여 우리의 것이 틀렸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우리의 정서에 맞는 문화를, 그들은 그들의 상황에 맞는 문화를 꽃피운 것이다. 인터넷을 하거나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심심찮게 외국의 문화, 특히 서양의 문화는 찬양하고 우리의 문화는 비하하는 말들이 오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왜 타 문화에 대한 부러움이 질투심을 넘어 결국 우리의 것을 천시하고 증오하는 감정으로까지 번진 것인가? 그 사고의 출발점은 어디인 것일까? 간단한 문제로 치부하기엔 너무 많이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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